out

Posted 2007/11/18 01:01, Filed under : something special


왜, 예전엔 안내방송에서 ‘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밖으로 물러서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했었잖아. 그런데 그 안전선 밖이라는 것이 안전한 곳의 밖, 곧 위험한 곳일텐데 왜 거기로 물러서란거야 라고 고민을 하곤 했었어. 아니나 다를까, 곧 잘못된 국어사용의 예의 대표 문장으로 인용된지 수 해만에 나는 지하철에서 ‘안전선 밖’ 대신에 ‘안전선 안’이라는 안내 멘트를 듣게 되었지. 미묘해 안과 밖의 문제는. 처음에 그 멘트를 만든 사람은 승객 안전선 밖과 안의 경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선이 있고, 위험과 안전이 있어. 그 위험을 안전으로 묶어놓은 끈과 같은 경계 그게 안전선이야. 그래서 그 사람의 안전선 안에는 안전선에 의해 묶인 위험이 있었고 우리는 그 안전선 밖에서 안전선에 갖혀진 그 ‘위험’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한 이야기지 않을까? 물론 이건 나의 새벽 킬링 타임용 추리에 불과하지만. 어릴 때의 나는 저렇게 스스로를 납득시켰거든. 그래서 새로운 표현이 나왔을 때겨우 납득시켜놨던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했었다고. 이게 아니었어? 하고.

어릴 때부터 살색이라고 불리우던 색이 복숭아 색이 되었을 때의 허망함 비슷한 심정.

 


사실 안과 밖의 문제는 참 미묘해. 안과 밖처럼 서로 맞닿아 있으면서 반대의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들은 그 경계라는 것에 의심을 한번쯤 품을 수 밖에 없잖아? 삶과 죽음. 그 경계에 대해서도 지구촌 어딘가에선 아직도 맹렬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지. 뇌사가 죽음이다, 아니다 심장이 멈춘 것이 죽음이다. 또 나의 죽음이 어떤 사람에게는 삶이 되고, 내가 삶으로써 죽는 사람들이 있어. 안과 밖도, 나의 안은 타인에겐 밖이야. 그 ‘선’이라는 녀석은 언제나 제멋대로지. 한가지 예를 들어볼까?

눈이 빨개진 친구가 술을 마시면서 나 오늘 그와 선을 넘어버렸어. 그 선이 뭐야? 손을 잡는거야, 아니면 안는거야? 에이, 뽀뽀? 키스? 섹스?

다분히 주관적인 선이라는 경계속에서 우리는 부유하고 있다는 것에 이젠 동의해?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법이니 도덕이니 예의니 양심이나 하는 여러 가지 것들로 열심히 테두리를 감싸고 있어. 절대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사람의 감정마저 싫어해 증오해 좋아해 사랑해라고 각각의 선으로 가둬놔야하지. 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 그 사람과 나의 선을 닿게 하기 위해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누군가와 닿아있던 그 선을 몇 번 넘은 적이 있어. 그런데 그 선을 넘고 나면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어. 끊어진 연줄을 본 적이 있어? 아니다. 정확한 표현은 그래. 자신이 만들어 놓았던 그 선은 넘어감과 동시에 사라지는 것 같아. 이럴 때 쓰는 진부하지만 정확한 표현이 있어. 역시 선조들의 지혜는 대단해. 많이 들어봤을 거야. 돌이킬 수 없는 강.

 


오늘의 공장 노동자가 내일의 시체처리사가 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남들이 보기엔 오싹할만큼 엄청난 '선'을 넘어버린 것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의 선의 두께는 똑같지 않잖아. 네 키와 내 키가 다른 것처럼. 그 담담한 한걸음이 지나고 나서 발밑에 영원히 사라질거 같지 않은 선은 사라지게 되는거야. 그러면 어디선가 시원한 느낌과 동시에 나는 내 선을 벗어났다는 일탈의 쾌감을 느끼게 되지.

 


그녀와 함께 끈적거리는 발걸음을 옮겨 선을 넘나들면서 나는 내가 넘을 수 없는 선에 대한 갈증을 원색적인 문장으로 대신 적셨어. 도색 잡지를 보는 남학생의 마스터베이션처럼 말야. 내 내면의 추악함이 드러나는 선. 그 선을 밟지 않고서 그 선을 넘은것처럼 느껴지는 몽롱함에 당분간은 그 쪽으로 발걸음을 향하지 않을거 같아.

나는 한번의 아웃이 또 다른 선을 만들고, 또 다른 아웃을 부른 다는 것을 잘 알거든. 그래서 '안전선' 안에서 이렇게 그녀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어.


 

Tag : , ,

9 Comments   0 Trackback


Trackback URL : http://gestyle.tistory.com/trackback/17 관련글 쓰기

  1. BlogIcon ssizz 2007/11/18 10:59 # Delete Reply

    슬라이드 논리라는건가..독-담배-두부-물...어디까지가 나쁜가..같은거? 다 괜찮아...

  2. BlogIcon GE 2007/11/19 21:46 # Delete

    사실 그건, 정말 생각하기 나름인거 같아요. 요즘 전 그 기준을 확실히 정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이게 또 묘하게 스트레스더라고요. 그래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사회화라는 이름아래 각자의 선을 긋고 있으니까 세상이 돌아가는 거겠죠?-_-

  3. BlogIcon puremoa 2007/11/18 23:07 # Delete Reply

    와우..
    오랜만의 글이군요!

  4. BlogIcon GE 2007/11/19 21:46 # Delete

    오랜만의 puremoa님이군요!
    맨날 블로그가서 혼자 염장질 당하고 있답니다!

  5. BlogIcon 쿠키닷컴 2007/11/19 02:22 # Delete Reply

    김가 뷁만년만의 포스팅이네
    조만간 봐야지? ㅎ

  6. BlogIcon GE 2007/11/19 21:47 # Delete

    좋은 소식은 있는겁니까? 오빠 저 날짜 잡히면 삼일 굶고 나갈거에요-_-후후후후

  7. BlogIcon fairwind 2007/11/22 22:48 # Delete Reply

    루비콘강을 건널려면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8. BlogIcon GE 2007/11/26 13:05 # Delete

    그리고 그 뒤의 무덤덤해짐이 저는 너무 무서워요.

  9. BlogIcon fairwind 2008/03/05 00:37 # Delete Reply

    아직 안전선 밖에 계시나요?

Leave a comment

« PREV : 1 : 2 : 3 : 4 : 5 : ... 14 : NEXT »


Site Stats

Recently

  1. COMMENT : 2008 fairwind
  2. COMMENT : 2007 GE
  3. TRACKBACK : 2007 KAMO Days...

RSS Feed
Subscribe to RSS articles